[탑뇽]In your dream

*In my dream 외전

조금 일찍 퇴근을 한 김에 대학로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.
지하철역으로 조금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와 몸이 부딪혔다.
부딪힌 사람이 휘청대며 넘어질 것 처럼 보이기에 서둘러 손을 뻗어 그 사람을 감싸 안았다.

-죄송합니다. 괜찮으세요?

눈이 마주쳤다. 익숙한 얼굴이었다. 보고싶었던 얼굴이었다.

이 남자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. 꽤 오랫동안 꿔왔다.
이 사람의 꿈을 꾸지 않으면 그 하루가 찝찝할 지경이었고, 계속 보고싶었다. 만나고 싶었다.

항상 내게서 눈을 때지않고 승현씨,승현씨 하며 조잘조잘 떠들던 애가 오늘은 무슨 일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말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.
기분이 별로 인 것 같아 보여 달래주려고 손을 뻗는데 잠에서 깨버렸다. 찝찝했다. 하루종일 기분이 별로였다.

-아,

그가 입을 열었다. 하지만 단어를 뱉어내진 못 했다.
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는데 이름만 머릿속에서 도려낸 듯 떠오르지 않았다.

이 사람과 같은 인물이 아니면 어쩌나하는 의심조차 들지 않았다.
이상할 정도로 확신이 들었다.

어깨를 감싼 손에 힘을 주어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을 도와주었다.

-괜,찮으세요?
-네,네 감사합니다, 괜찮아요.

꼼지락거리더니 내 팔을 벗어났다.
사라지는 온기에 살짝 주먹을 쥐었다.

그의 입장에서 나는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사를 하고 가려고 했다.

만날 인연이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...

그를 지나쳐가는데 그가 내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. 그 부위만 감전된 듯 전기가 올랐다.

-아, 저, 혹시 담배...있으세요?
-담배요?네, 담배있죠.
-한 개비만, 빌려주실래요...?
-아, 네 뭐,

뜬금없이 왠 담밴가 싶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눈을 하고 있어서 담배를 꺼내 그에게 건냈다.
그가 조심히 받아 들더니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.

말보로는 안 피나, 안 어울리긴 하다.

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.
꿈 속의 그는 늘 웃는 얼굴이었는데 저런 표정, 색다르다. 입체적으로 느껴졌다.

-감사합니다.

그의 목소리 뒤로 진동소리가 크게 울렸다.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제대로 못 썻는데 지금은 아주 확실하게 들렸다.

-전화,안 받으셔도 됩니까?진동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,아까 부터 계속...
-아, 괜찮아요 급한 전화는 아니라,

말을 이어할 분위기길래 잠시 기다려주었다.

-그래서, 그런데 핸드폰도 좀, 빌려주실래요...?급하게 전화해야 할 곳이 있는데 이 전화 때문에 다른 곳에 연락을 못 하고 있어서,

별로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는 지 모를 일이었다.

-네, 기꺼이.편하게 쓰세요.

내가 핸드폰을 건내는데 그 남자는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.
그렇게 바라보고만 있더니 천천히 손을 뻗어 내 팔을 붙잡았다. 더 이상 도망가게 둘 수 없다는 듯이 아주 세게.
그의 머리가 툭-하고 내 가슴에 닿았고 그의 어깨가 떨렸다.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.

느낄 수 있었다. 이 사람도 나를 찾아다니고 있었다는 것을, 팔을 뻗어 그를 마주안고 고개를 숙여 그에게 말했다.

-찾았다.

*
그렇게 길거리에서 한참을 우는 그의 등을 토닥여주다 이러다가 쓰러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 집이 이 근처냐고 물었다.
다행히도 집이 가까웠고 우리는 그의 집까지 함께 걸었다.

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도 나와 같은 꿈을 꿔왔다고 했다.

-승현씨, 우리는 꼭 만나야할 운명이었나봐요.

그랬다. 우리는 서로를 한 눈에 알아봤고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.